요즘 조선시대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임진왜란 이야기도 접하게 되었고 그 시절 일본이 가장 가지고 싶어했던
백자 이야기도 나오게 되었다
백자를 이야기 하다보니 오래전 고등학교 시절에 공연 했던 백자의혼이라는 연극이 생각나 검색을 해보니
인터넷에 이렇게 대본이 살아 있었다.
아... 눈물이 왈칵 솓았다
그 시절 나는 여학교였기때문에 도공의 아들역을 했다
[제목] 백자(白磁)의 혼(魂)
[페이지] F01
白磁(백자)의 魂(혼)
[페이지] F02
백자의 혼
白磁 魂
성동여자실업고등학교한별단
극본:신상철
연출기획:이경복
때:정유재란 이듬해 봄(1598년)
곳:일본 북큐우슈우 세도지방 어느 도자기요지
[페이지] F03
백자의 혼
[페이지] F04
무대장치
[페이지] F05
全(전)1막 3장
나오는 사람들
도공 50대. 일본으로 잡혀 온 조선 사옹원의 명공(男(남))
정 20대. 명공의 아들(男(남))
하나꼬 10대 후반. 일인 태수의 외동딸(女(여))
니시하라 30대 초반. 일인 무사 태수의 부하(男(남))
나가사키 30대 초반. 일인 무사 태수의 부하(男(남))
구로다 40대. 일인 태수의 집사(男(남))
이씨부인 40대 후반. 조선 남쪽지방 자기소에 잡혀온 도공의 아내(女(여))
태수 50대 (男(남))
시종(男(남))
[페이지] 001
[장] 제1장
막이 오르면 멀리보이는 바다풍경과 함게 日本式(일본식) 가옥의 앞으로 도자기를 굽는 가마가
보이므로 일본의 도요지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멀리부터 들리는 뱃고동소리. 파도소리.물새소리의
어우러짐이 어떤 연민을 불러 일으킨다. 아까부터 도공은 잘 구어진 흰자기 하나를 들고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있다. 읍내로 연이어지는 길목에서 게다짝 소리가 기분나쁘게 들려오면 도공은 급히
집안으로 들어가고 무대는 잠시 비어있고 곧이어 나가사키 니시하라 경망히 돌아온다.
[니시하라] 보쇼! 보쇼! 노인장! 노인장! 노인장 계시요! (조용하다)
[나가사키] 대낮에 귀신이라도 튀어 나올것 처럼 조용하군. 혹시 달아난게 아닐까?
[니시하라] 재수없는 소리하지마. 영감텍이가 달아나면 우리목아지가 성할것 같아. 틀림없이 낮잠을
자고 있든지 모르는체 시치미를 떼고 있을꺼야
[나가사키] (가마를 만져보며) 그 영감택이 고집도 어지간하군. 가마가
[페이지] 002
얼음산처럼 차가운걸보니 전혀 마음을 돌릴 의사가 없는 모양이야.
[니시하라] 요시, 오늘은 무슨일이 있더라도 영감의 고집을 뽄대있게 꺾어놓고 말아야지.
[나가사키] 아무렴.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가 쫓겨나야 할 판이지.
[니시하라] (크게)노인장! 노인장!
[나가사키] (놀라며)이봐. 귀청떨어지겠네. 좀 조용히 부르게
[니시하라] 그 영감택이가 조용조용 부르면 고분고분 말을 들을것 같아.(아주 크게) 노인장! 노인장!
[도공] (조금도 기가 꺾임없이 나오며) 나 귀 안먹었오!
[나가사키] 그것봐 조용히 부르라고 했잖아
[니시하라] 아항. 역시 있으면서도 없는척 시치미를 떼고 있었구먼.
[나가사키] 안녕하십니까. 노인장?
[도공] 어떻게 들 오셨오
[나가사키] 이제 그 쓸데없는 고집 그만 부리고
[도공] 쓸데없는 고집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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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하라] 하. 이젠 눈앞에 세워놓고 병신을 만드시는군. 할꺼요 안할거요. 엉?
[도공] 글쎄 나.원 무슨---
[나가사키] 자네 좀 가만히있게. 밑도 끝도 없이 그렇게 경우에 없는 이야기를 하면 쓰나. 내가 말씀
드리지. 에- 내일이 바로 태수님과 백자를 완성하기로 약속한 날짜로 알고 있읍니다만.
[도공] 그래서요?
[나가사키] 그래서, 우리는 다만 그 작업의 진행정도를 알기위해서 태수님의 심부름으로---
[도공] 심부름이요? 그럼 잘됐구려. 가서 태수에 전하시요.
[나가사키] ---
[도공] 난 태수와 백자를 만들기로 약속한 적도 없고 약속한 날짜를 정한적도 없다고.
[나가사키] 안됩니다. 그러시면 당신은 죽습니다
[도공] 목숨이 아까워서 하지않은 약속을 했다고 거짓말을 한단 말이요. 난 못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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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하라] 못해?
[도공] 그렀오!
[니시하라] 못한다면 무력을 행사해서라도 가마를 뜨겁게 달구어 조선의 백자를 굽게 하시라는
태수님의 명령을 받고왔오!
(영감을 가마있는 쪽으로 세게 밀친다)
[나가사키] 이것봐 노인네를 그렇게 마구 다루지 말게.
[니시하라] 말로해서 안듣는게 조선놈들이야. 마구 족쳐야만 말을 듣는다구. 어서 빨리 해!
[도공] 오냐. 마음대로 해라. 난 벌써 죽은 목숨이야. 다섯해 전 이곳에 끌려올 때 죽은 목숨이었어.
아무도 날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을거여---
[나가사키] (달래듯이) 노인장! 노인장이 백자를 안 구워도 우리 일본은 백자를 가질 수 있읍니다.
도공을 또 잡아와도 되고 조선에서 훔쳐와도 되고, 돈 주고 사올수도 있고. 그러니 노인장. 노인장의
몸 생각을 하셔서라도
[도공] (빳빳하게) 노인장. 노인장 하지 말아요. 왜 내가 노인이요. 아직 이렇게 내 허리가
꽂꽂한데---내 마음은 일편단심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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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히 시간낭비하지 말고 돌아들가시요 가서 태수에게 전하시요. 백자를 기다리느니 내 목을 가져가는
편이 빠를거라고.
[니시하라] 조선놈들은 모두 고집불통에 돌대가리들이라니까! 야 이 돌대가리야 어서 빨리 가마니에
머리를 쳐 박고 백자를 구으란 말이야.(니시하라. 순전히 감정적으로 도공을 억지로 밀어 붙히며
가마니 앞에 앉힌다. 완강하게 버티는 도공. 이때 도공의 아들 정과 태수의 딸 하나꼬 급히 들어온다)
[정] (뛰어들어와 니시하라를 힘껏 밀친다. 니시하라 나뒹그러진다) 아버지. 아버지 이게
웬일이에요!
[니시하라] 직쇼. 저리비켜(위협적으로 칼을 빼든다)
[하나꼬] (급히) 칼을 거둬요!
[니시하라,나가사키] 하! 아가씨
[하나꼬] 이게 무슨 무례한 짓들이요.
[나가사키] 태수님께서 몹시 백자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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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꼬] 아버님께서 가라고 하시던가요?
[나가사키] 태수님께서는 직접 말씀이 없으셨고 집사이신 구로다님께서 저희들을 보내셨읍니다.
[하나고] 약속한 날짜가 내일이 아니던가요?
[나가사키 니시하라] 하이, 그렇습니다.
[하나꼬] 그렇다면 어서 물러들가요. 아직 내일이 오지 않았으니까.
[니시하라] 하지만 오늘 작업을 하지 않으면 억지로 팔을 붙잡아 매서라도 작업을 시키라는 명령을
받고 왔읍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희들이 처벌을 받습니다.
[하나꼬] 뒷일은 내게 맡기고 물러들가세요.
[니시하라] 절대로 안됩니다.
[하나꼬] 절대로 안된다면 내게도 일본도를 마구 휘두를텐가요. (노려본다)
[나가사키] 가세. 일단 구로다님에게 이곳 상황을 말씀드리도록하지
[니시하라] 이 후에 일어나는 모든 상황은 아가씨께서 전적으로 책임을 져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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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꼬] 알았어요. (니시하라. 나가사키 퇴장)
[정] 아버님. 제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이런 구차한 일을 당하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도공] (체념하듯) 네가 있으면 별 대수냐.
[하나꼬] (상냥하게) 다치신 데는 없으셔요?
[도공] 괜찮소.(퉁명스럽게) 고맙소 (정에게) 넌 어딜 쏘다니는게냐. 집에서 책 좀 읽지않고.
[정] 저 산넘어 마을에도 조선의 도공이 새로 왔다기에 그곳에 가서 구경 좀 하였읍니다.
[하나꼬] 그렇습니다. 그곳에도 조선에서 온 도공이 있었읍니다.
[도공] (벌떡 일어서며) 뭐라고? 산 넘어 마을에 도공이 잡혀 왔다고?
[정] (낮은 목소리로) 에! 조선의 남쪽 바닷가에서 잡혀 온 도공이라고 하던데요.
[하나꼬] 그곳으로 온 지 반년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정] 도자기를 오늘 처음 구워냈대요
[도공] 그래서?! 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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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예. 아버님이 만드신 순백자가 아니고 회청색이던데요.
[도공] 그럼 그렇치. 이 더러운 땅에서야 순백자가 나올리 없지
[정] 아버지.누가 들으면---
[도공]---대수냐? 이 한 몸 죽기밖에 더 하겠느냐?
[정] 아버님---
[하나꼬] 저의 아버님께서 정의 아버님이 유명한 조선의 도공이라고 칭찬하고 계십니다.
[도공] 암. 나를 따를 사람은 아무도없지. 없구 말구.
[정] (바짝 다가서며:조용하나 다구치는 어투로) 그러니 아버님! 만드셔야죠.
[하나꼬] 맞습니다.
[도공] 쓸데없는 소리.그건 안 될 소리여-
[정] 왜 안 된다고 자꾸 그러시는 거여요?
[도공] 백자는 아무데서나 구워내는 거 아니여(꿈을 꾸듯) 그건 조선의 흙과 물로만 구워낼 수 있는
것이구먼. 눈이 시리도록 새 하얀 물과 쇳가루 하나 섞이지 않은 흙으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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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알아요. 안단 말이어요! 나두 아버지 피를 이어받은 아들이구만요. 그러나(힘없이) 이젠 갈 수
없지 않아요?
[하나꼬] 그렇습니다. 여기서 살으셔야 합니다.
[도공] (하나꼬를 쏘아보며) 뭐여?!
[정] (애원하듯) 아버지!---
[하나꼬] 맞습니다. 저의 아버님께서 정의 아버님께 이름을 새로 지어주시겠다고---
[도공] 뭐라고?(대경실색) 이름을 바꿔 준다고 아이고 다 됐구나 다 됐어!
[정] 뭐가 다 됐어요?
[도공] 뼈대 없는 상놈이나 성과 이름을 바꾸는 법이여. 조선 땅에서 나서 조선의 피가 용트름하듯
끊고 있는 내가 무엇 때문에 이름을 갈아.
[하나꼬] 하지만 여기는 일본땅이잖아요. 일본사람들과 어울려서 살려면 일본식이름도 필요하겠죠
[도공] 이렇게 잡혀와서 산다고 여기서 천년 만년 살것 같으냐. ---언젠가는---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정] 조금 조금하던것이 벌써 오년이 흘렀어요. 처음엔 희망도 가져 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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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잠꼬대처럼 되뇌이시는 그 소리가 가없기만 해요.
[도공] 가엾기도 하겠지. 하지만 나는 못구워, 고향땅의 맑은 물 좋은 흙을 만지기전에 절대로
구을수가 없어.
[하나꼬] 이젠 정이 아버지는 고향에 못가십니다.
[도공] 왜?왜? 못간다는 거여. 두눈이 시퍼렇게 살아있고 팔다리가 튼튼한데 왜 못간다는거여.
[정] 아버지 고정하세요 곧 구로다가 들이 닥칠거에요.
[도공] 그런 놈들 백번 천번이라도 오라지
[하나꼬] 구로다는 자기 아들과 나를 결혼시키려고 저의 아버님께 말씀드리고 있어요.
[도공]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여.
[정] 아버지!
[도공] ---
[정] 아버지 저와 하나꼬는---
[하나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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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공] (펄쩍뛰며) 이놈! 두번 다시 그따위 벨 빠진 생각을 했다가는 부자의 인연을 끊겠어. 조선은
조선인의 피를 이어 받아야지 더러운 피를 이어 받으면 재앙을 면치 못할거여!
[하나꼬] ---아니!
[도공] 하나꼬 아가씨도 앞으로는 우리 정이를 안 만나는게 좋을거요!
(방으로 들어간다. 무대에는 답답한 마음의 하나꼬와 정이 만이 있다)
[정] 하나꼬. 아버지는 하나꼬가 미워서 그러는게 아니야
[하나꼬] 알고 있어. 하지만 우리 아버지는 무서운 분이야. 약속을 어기면 무슨 일을 저지르실지도
몰라. 난 그게 두려워.
[정] 내가 구을 수만 있다면 몇 백개라도 구워내겠어.(절망하며) 그런데 난 난 솜씨가 없어. 아무리
정신을 집중하고 정성껏 불을때고 흙을 구워도 아버지처럼 청아한 빛과 유려한 색을 낼 수가 없어.
[하나꼬] 어떻게 하면 좋지?
[정] (고민하다가) 옳지.됐다. 좋은 수가 있어. 자 따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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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사람 퇴장하면 무대 잠시 비어있다가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와 함께 구로다 나가사키 니시하라
들어온다. 구로다 당당하고 거만하다)
[구로다] 이 바보같은 자식들아! 시키는 일 하나 제대로 못한단 말이냐.
[니시하라] 하나꼬 아가씨가 저희들 임무를 방해했읍니다.
[나가사키] 네! 책임진다고도 했읍죠. 앙칼진 목소리로 눈을 매섭게 뜨고 마치 삵괭이처럼
[구로다] 이런 멍청한 돌대가리 같은놈들! 삵쾡이 커녕 생쥐한마리 보이지 않는다.
[나가사키] 틀림없이 이곳에 있었는데---금방---그렇지?
[니시하라] 물론이지!
[구로다] 네놈들을 상대하다간 내 머리도 곰팽이가 슬겠다 (문 가까이 가서) 영감! 영감!
[도공] (문열고) 누구슈?
[니시하라] 이곳 고을 제일의 무사이신 구로다님께서 오셨다. 어서나와!
[도공] 관가일도 바쁠텐데 어쩐 일이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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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이 일보다 바쁜일은 없네.(젊잖을 떨며) 태수님께서 그렇게나 보살펴주면 그 은혜를
배반이나 말아야지.
[도공] 난 은혜입은 것 없오. 배반한것도 없고.
[구로다] 영감 생명을 연장시켜주고 그릇을 굽도록 가마니를 하사 하셨으면 은혜가 황공해서라도
성심성의껏 그릇을 구워야지 그릇을 굽도록 협조를 하러 온 무사들에게 행패를 부리고 공무를 방해 해!
어서 내놔!
[도공] 무얼 말이요
[구로다] 뭐긴 뭐야. 네 아들놈 알이지. 관가의 일을 방해한 놈은 엄벌에 처하도록 돼 있어.
[도공] 죄없는 늙은이를 괴롭힌 무사는 괜찮고 선량한 양민만 벌을 받아야 한단. 아무리 왜놈들의
법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도 법이오.
[구로다] 직쇼. 말이많다. 아들놈이나 어서 내놔!
[도공] 난 모르오.
[니시하라] 조선 놈은 이렇게 고집불통입니다.
[구로다] 기가 살아서 그렇다. 기를 꺽어 놓으면 얌전해지지 죽지 않을 정도만 뽄대를 보여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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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애비가 죽어가는데 구경만하고 있을 수 없겠지.
(니시하라.나가사키 도공을 무릎 꿀리고 손을 묶어 칼을 십자형으로 하여 고문을 한다)
[구로다] 좀 더 좀 더 고통스럽게!
[도공] (고통에 못이겨) 내가 왜 너희들에게 또 이런 치욕을 당해야 하느냐?
[구로다] 말을 듣지 않기 때문이야. 말을 듣지 않고 말썽을 피우기 때문이야 좀더 솔직히 말하면 네
아들놈은 너무 똑똑하단 말이야. 내 아들은 바보천지고 그러니까 하나꼬 아가씨의 마음을
돌리려면---흐흐흐
[도공] 에잇 죽일놈들. 우리 조선 사람들은 예로부터 평화를 사랑하는 어진 백성들이 있다. 조선의
아름다운 아침을 그 더러운 게다발로 어지럽히고 피를 뿌리고 말썽을 일으킨 놈들이 대체 누구냐!
[니시하라] (더욱 힘을 준다) 에잇 고집불통!
[도공] 악!
(이때 정이 급히 뛰어들어와 눈 앞에 벌어지는 정경에 아연실색한다.)
[페이지] 015
[정] 아버지! 이게 어찌된 일이에요.
[구로다] 흐흐흐---조선놈들은 효심이 지극하다고 하더니 나타나기는 나타나는군. 저놈을
묶어라!(이어서 하나꼬 도공이씨부인이 함께 들어온다.)
[하나꼬] 이게 무슨짓이에요.
[구로다] 아가씨 우리의 일을 방해하지 마십시오.
[하나꼬] 이 사람들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구로다] 늙은 조선놈은 백자를 구으라는 태수님의 명을 어겼고, 아들놈은 우리의 공무를 방해했기
때문에 그 벌을 받어 마땅합니다.
[하나꼬] (도공의 손을 잡으며) 오! 가엾게도--- (표독하고 야무지게 구로다를
노려보며)풀어드리세요. 풀어드리지 않으면 모두 아버지께 보고하겠어요. 구로다상은 자기 아들의 일
때문에 계획적으로 아버지의 일을 방해하고 있어요.
[구로다] 무슨 말씀이요?
[하나꼬] 당신의 일을 방해하는 죄가 더 큰가요? 아버지의 일을 방해하는 죄가 더 큰가요? 정을
없애므로 나의 친구를 없애고 그의 아버지에게 백자를 굽게함으로써 모두 없애버리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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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당신의 흉계를 모를 줄 알아요.
[구로다] (심각하게) 풀어줘라. 영리한 아가씨 하지만 모든게 아가씨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거요. 자
가자
[니시하라 나가사키] 핫! (구로다.나가사키. 니시하라 퇴장하고 잠시후에)
[정] 아버지 놈들의 행패는 점점 극심해지고 있어요. 그놈들은 틀림없이 아버지를 죽이고 말거에요.
[도공] 나를 죽인다고?(고개를 끄덕이며) 좋지. 죽으면 내혼은 조선으로 날아갈 것이여-
[정] (안타깝게) 아버지-
[도공] 알어. 알다마다. 가엾은 것 넌 살아야지. 아암 살아야 하구 말구. 하지만 비굴하게 사느니
떳떳하게 죽음을 택할줄도 아는 혼이 살아있는 사내가 돼야 하는거여. 혼이 없는 인간은 살아있어도
허깨비와 같아. 일본놈들에게 몸은 잡혀 왔어도 혼은 뺏길수야 없지. 아암!
[정] 아버지!(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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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꼬] 정이 아버지!(도공 이씨부인으로부터 도자기를 받아들고) 이 도자기를 한 번 봐주세요.
[도공] 이게 웬 그릇이요?
[부인] (나서며) 안녕하십니까 저는 반년전에 일본에 잡혀왔습죠. 도공검의 존함은 익히듣고
뵈옵기를 원하던 차에 이 젊은이들로부터 도공님의 소식을 듣고 염치불구하고 우리집 주인 양반대신
황망히 달려왔읍니다.
[도공] 아 그러시오. 고생이 많소.
[부인] 고생은 입쇼. 그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우리집 주인이 근근히 그릇을 구어서 먹고 살고는
있읍죠.
[도공] 그래 이곳에 오신 용건은?
[부인] 훌륭하신 솜씨를 가지신 선생님의 모습도 뵙고, 부끄러읍니다만 저의 주인이 구은 그릇의
품평도 좀 들었으면 해서요.
[도공] 목구멍 생각하고 굽는 그릇이 오죽하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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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남의 그릇 품평할 줄도 모르고 그릴 실력도 없오. 어서 가져 가시오.
[부인] 아. 아닙니다. 이건 제것이 아니고 저 젊은이에게 석량에 팔았읍니다.
[하나꼬] 정의 아버님. 진정 백자를 굽지 못하시겠다면 백자를 대신하여 아버지에게 바칠까해서요
[도공] 뭐요!
[하나꼬] 저희들을 생각하셔라도--
[정] 아버지. 저는 하나꼬를 사랑합니다.
[하나꼬] 정이 아버지가 만드신 백자만 아버님께 갔다드리면 저희들도 행복할 수가 있읍니다.
[도공] 날 보고 자식을 위해서 여생을 위해서 거짓말을 하고, 내 혼을 팔아버리란 말이지.
[정] 아버지 고집만을 부리실 때가 아닙니다.
[도공] 못난놈. 계집 때문에 민족의 혼을 팔려고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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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아버지!
[도공] 절대못해! 내 몸에 조선의 피가 살아 수무시는 한, 나는 절대로 못해! (방으로 들어간다)
[부인] (조심스럽게) 그것 봐. 그런 말은 숫제 꺼내지도 말라고 했지. 조선 팔도에서도 대쪽같은
저분의 성격은 뚜루르 했지. 헤헤 어쨌든 난 저분의 모습을 봤으니 됐어. 그런 난 갈길이 길어서 이만
가봐야되겠어
[하나꼬] 그릇을 가지고 가세요. 소용이 없어요.
[부인] (눈치를 살피며) 헤헤 가져가도 괜찮을까?(그릇을 받아들고) 석냥 벌었다(퇴장한다)
[하나꼬] 끝내 고집을 꺽지 않는 정이 아버님이 원망스러워, 결국 정과 나는 결혼할수도 없고 평생
원수로 지내야 할 운명인가봐.
[정] 그렇지 않아.(깊은 결심) 내일 아침까지는 아버님의 백자를 갔다 바치겠어.
[하나꼬] 어떻게?
[정] 내게 생각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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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꼬] 무슨?
[정] 아버지에게 조선에서 가져온 백자가 하나있어.
[하나꼬] 정말? 그렇다면 그것을---
[정] 쉿!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
[하나꼬] (끄덕 끄덕) (무대 어두워 진다)
[페이지] 021
[장] 제2장
다시 무대 밝아지면 이른 새벽 집에서 나오는 정은 무엇인가 소중히 싸가지고 주위를 살피며 나온다.
도공 이른 새벽 바다 산책을 나갔다 오다가 정을 발견한다.
[도공] 어흠
[정] 아! 아버지 이른 새벽에 어딜 다녀오십니까?
[도공] 잠이 안 온다. 너는 이 꼭두새벽에 어딜 가느냐?
[정] 방이 하도 덥기에 바람을 좀 쏘이려고
[도공] 바람을 쏘이는데 보따리는 웬거냐?
[정] 네! 이---이건---저---
[도공] 어리석은 놈! 그렇게 애비의 마음을 이해 못하겠느냐
[정] 아버지 우리가 살길은 이 길 밖에 없읍니다. 아버지가 일본의 물과 흙으로 백자를 구으시지
못하시겠다면 가보로 가지고 계신 이것이라도 태수님께 받치면---
[페이지] 022
[도공] 이놈아! 그게 어떤 백자인 줄 알아! 우리 임금님게 받치려던 백자여. 내가 마지막으로
구워낸거여.
[정] 돌아갈수도 없는 나라에 무얼 어떻게 한 단 말이에요. 이젠 정말 망상을 버리세요.
[도공] 망상! 돌아갈 수 있다는것이 망상이라고--- 밤만 되면 나라님의 모습이 새록 새록 뚜렷하게
떠올라 밤잠을 못이루고 성공한 백자를 나랏님에게 바치지 못한 것이 못내 한스러워 마음은 늘 조선의
산하에 가 있는데---
[정] 그런 조선이 우리에게 뭘 줬나요? 쟁이라고 해서 천대밖에 더 했어요.
[도공] 천대를 했어도 내 피가 흐르는 곳이여.
[정] 그건 난 몰라요. 나는 지금이 중요할 뿐이에요. 지금은 아버지가 가엾고 하나꼬가 귀중할
뿐이어요.
[도공] 이젠 계집 때문에 아주 머리가 돌았구나.
[정] (물불을 못가리고) 돌은건 내가 아니고 아버지에요. 잘 살수있고 자식의 행복을
[페이지] 023
약속할 수 있는데도 아버지는 과거의 집착때문에 그걸 막고 있어요. 난 이백자를 태수님께 받치겠어요.
[도공] (힘있게 달려들어 뺏으며) 안된다. 이놈 누구든지 내 목숨을 뺏어가기전에는 내 혼을 뺐어 갈
수 없어. 아무도 내 혼은 조선 백자의 혼은, 뺏어 갈 수가 없어.
[정] 아버지, 우리는 죽어요.
[도공] 죽는게 뭐가 두려워!
[정] (떨며) 난 두려워요.
[도공] (연민의 정을 갖고) 그래 죽는건 누구에게나 두렵지. 이 늙은 애비도 두렵다 하지만 이
백자를 지키기위해 죽어간 너의 어머니와 누이동생의 애절한 혼을 생각해봐라. 잔인무도 한 왜놈들의
칼 날 앞에 무참하게 죽음을 당하면서도 끝내 백자를 내놓지 않았어. 그렇게 지킨 백자를 네 살자고 내
주어야 한단말이냐. 이놈아!
[정]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아버님! (흐느낀다)(무대 어두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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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제3장
무대 다시 밝아지면 도공은 그릇 만드는 틀에 멍하니 앉아 있다. 한 낮이 끝나가는 노을녘이다.
[정] (여전히 서성대며) 아버지 어쩔것이요?
[도공] ---
[정] 아버지. 올 시간이 다 됐는데요 예
[도공] ---
[하나꼬] (소리만) 정이-!정이-!
[정] (멀리보면서) 아니, 하나꼬 아니야, 하나꼬! 너무 뛰지마. 넘어져. 다친다니까!
[하나꼬] (들어오며) 기다리고 있었어. 어떻게 된거야?
[정] 아버지를 설득시키고 있는 중이야. 그런데도 단단한 바위처럼 움직이질 않으셔.
[하나꼬] 나도 이제껏 아버지를 설득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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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지. 곧 아버님이 이리로 오셔.
[정] (급히) 아버지. 태수님이 이쪽으로 오신대요. 몇일간만 더 여유를 달라고 사정을 좀 해보세요.
[도공] 구차스럽게 목숨을 연명하란 말이지.
[정] 아버지!
(곧이어 요란한 게다짝 소리가 나고 태수를 선두로 구로다, 니시하라, 나가사끼, 기세 등등하게
들어온다)
[태수] 안녕하십니까?
[도공] (마지못해) 안녕하시요.
[태수] 날씨가 참 좋군요.(넌즈시) 오늘이 선생께서 이곳에 오신지 꼭 5년이 되는 날입니다.
[도공] 그렇소.
[태수] 오늘은 선생의 백자 솜씨를 보는 날자이기도 합니다.
[도공] 난 그런 약속 한적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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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다] 건방진 말을 삼가하시오!
[태수] 아아! 진정하게. 예술적 재능을 가진 사람을 함부로 다루면 되나. 어디까지나 존경을 해야지.
선생. 난 약속한 것이 아니라 명령을 했읍니다.
[도공] 존경해야 할 사람에게는 명령을 아니하는 법이요.
[태수] 아, 그런가요. 하지만 난 지금 발장난을 할려고 온게 아닙니다. 난 오로지 둥글고 모나지
않은 아름다운 선, 티없이 맑고 흰 빛깔의 백자가 어서 빨리 보고 싶소. 신비한 아름다움을 지닌
백자를 갖고 살아가는 조선인들이 한없이 부러울 따름이요. 거친 나무그릇을 쓰는 우리네 생활이
부끄럽소.
[도공] 알기는 아시는 구먼.
[태수] 알다뿐이요. 조선에 출정 나갔던 시절을 잊지 못합니다. 아직도 눈에 선하지요. 진귀한 보석
풍요한 곡식 아름다운 산수와 인심, 싸움만을 좋아하는 우리 일본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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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공] 조선땅에서 사람깨나 죽이고 왔겠구먼.
[구로다] 직쇼! 우리 태수님은 좋을때는 한없이 좋아도 무서울때는 굉장히 무섭다는 걸 알아야 하오.
[도공] 난 이제 무서운 것 하나도 없오.
[태수] 일본인이 마음이 더이상 황폐하지 않도록 선생께서 그 기술을 마음껏 발휘하신 백자를 선물해
주시요. 부탁이요.
[도공] 그건 내 알바 아니여.
[정] 아버지!
[하나꼬] 그렇게 하셔요. 그 백자로 우리 일본 사람들의 맘도 희고 깨끗하게 만들어 주세요.
[정] 아버지 그렇게 하세요. 네.
[도공] (감정을 주체 못하고) 난 이제 안되여. 내눈과 귀는 하얀 옷에 번지는 그 붉은 피를 수도
없이 보아 더럽혀 졌구만. 이젠 내가 가마에 그릇을 넣는다면 그것들이 내 맴처럼 마구 아우성 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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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터져버리고 말거여.
[하나꼬] 정이 아버지, 제발 부탁이예요. 언젠가 우리 일본은 오늘의 잘못을 머리숙여 사죄할 날이
있을 것 입니다. 지금도 제가 이렇게 잘못을 빌겠읍니다.
[태수] (돌변하여) 일본이 무사는 협상을 하되 머리는 숙이지 않는다. 협상은 끝나고 난 할만큼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여봐라. 이 집을 샅샅이 뒤져서 영감이 은밀히 보관하고 있다는 백자를
찾아내라!
[도공] 아니 그걸?!
[정] (무섭게) 하나꼬!
[하나꼬] 얘기하지 않을수 없었어.
[정] (허하게) 차라리 잘 됐는지도 모르지
(투사들 흩어지면 도공은 혼신의 힘을 다하여 악착같이 무사들의 수색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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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공] 안된다. 안돼! 이놈들아 안돼
(무사들 주춤하면)
[태수] 가택수색에 방해를 하는자는 살해해도 좋다!
[구로다] (재빨리 칼을 빼서 도공을 향해) 에잇, 이런 놈은 그냥!
[도공] 흥, 왜놈들은 사람죽이는 백정이여. 사람을 많이 죽여야 출세한다고 들었는데. 과연 그말이
맞구먼. 어디 마음대로 해봐라.
[구로다] 오냐. 소원대로 해주마!
[정] (막아서며) 안되요( 태수에게) 태수님. 제가 아버님의 백자가 있는 곳을 압니다. 제가 제가
찾아드리겠읍니다.
[도공] 안된다. 이놈아!
[정] 이젠 다 틀렸어요. 저는 아버지를 다치게 할 수 없어요.
[도공] 이 몸이 갈가리 찢겨도 백자를 내놔서는 안돼!
(정 재빨리 집안으로 들어간다)
[태수] 흐흐흐. 그러니까 무력을 안 쓸 수가 없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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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백자를 소중히 안고 나온다. 모두들 백자에 감탄한다)
[나가사끼] 저렇게 눈이 부신 항아리는 처음이야!
[니시하라] 저건 항아리가 아니라 한 마리가 학 같은걸?
[구로다] 오, 과연 아름답군.
[태수] 신기에 가깝다는 것은 저걸두고 이름이다.
[도공] (기를쓰고) 이놈, 네가 미쳤구나!
[정] 그래요. 미쳤어요. 저는 더 이상 참고 보고만 있을수가 없어요. 이 백자만 바치면 우리는 이
고통. 이 수모를 당하지 않을 것 아니예요.
[도공] (격렬하게) 안된다 그놈들에게 마지막 남은 우리의 혼조차 빼앗길 수는 없어! 어서 이리내
이놈아!
(도공의 저항이 너무 격렬하다. 니시하라. 백자를 뺏으면서 역시 엉겨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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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어떻게 할까요.
[태수] 백자만 있으면 영감은 무용지물이다. 저 영감은 살아 있어도 백자를 구울 위인은 아니니까.
[구로다] 알겠읍니다.(칼을 높이 쳐들어) 에잇!
[도공] 악!
[하나꼬] 안돼요!
[도공] 정아
[하나꼬] 정이 아버지!
[태수] (하나꼬를 말리며) 일본이 조선을 쫓아 갈려면 거북이 걸음을 걸어서는 안돼.
[하나꼬] 그렇다고 사람을 하챦은 미물을 죽이듯이 하나요.
[태수] 말이 통하지 않을 때는 할수없지!
(니시하라. 나가사끼. 구로다 백자의 모습에 취해 정신이 없다)
[니시하라] 이건 정말 학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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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끼] 아냐. 이렇게 눈이 부신걸 보니까 이건 틀림없이 보석으로 빗은걸거야.
[구로다] 오, 과연 아름답군.
[태수] 뭣들 하느냐. 돌아갈 생각을 않고, 백자를 감상할 시간은 앞으로 얼마든지 있다.
[구로다] (짐짓) 뭣들 하는 거야. 이 멍청이들아! 태수님에게 먼저 바쳐야지.
[니시하라, 나가사끼] 핫 알겠읍니다.
(무사들 한껏 예의를 갖춰서 백자를 태수에게 받치는데 갑자기 날랜 표범처럼 달려들어 백자를
나꿔채는 정. 그의 눈에는 눈물이 비오듯 한다)
[정] 안돼 아무도 이 백자에는 손을 못대 우리 아버지의 혼을 만질수 없어! 난 이제 알았어. 네
놈들의 비굴성을!
[태수] 성급하게 굴지 말어 젊은이. 자네는 아주 유능한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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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 딸 하나꼬도 아주 예쁘고, 사리를 잘 판단해야 돼. 곧 결혼식을 성대히 치르면 오늘일은 곧
잊어 버리게 돼. 자 어서 내놓게.
[하나꼬] 정!
[정] 짐승만도 못한 놈들! 다시 한번 똑똑히 봤다. 짐승의 탈을 쓴 네놈들의 만행을 난 결코 용서,
용서 할 수 없어.
[구로다] (칼을 빼며) 에잇!
[태수] 가만!
(거의 동시에 정은 백자를 힘있게 박살을 낸다)
[모두들] 아니!
[정] 난 이제 죽음이 두렵지 않다. 너희들은 아버지를 죽임으로 해서 백자의 혼을 없앴고 우리
아버지의 혼이 살아있는 백자도 이땅에 영원히 묻었다. 사람은 죽고 살릴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이
가지고 있는 혼은 너희들 마음대로 못해! 자, 나를 죽일테면 죽여라(조용히 무릎을 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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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어떻게 할까요?
[태수] 바보같은 놈. 네 놈의 성급한 행동이 일을 그르치고 우리의 발전을 또 더디게 만들었다.
처치해!
[구로다] 알겠읍니다(여유만만하게) 흐흐흐. 아가씨 사람의 일이란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에잇!
[하나꼬] 정을 죽일려면 저도 함께 처벌을 하세요. 아버지는 한 조선의 청년을 죽임으로 해서 당신
딸의 죽음도 함께 보실거예요.
[태수] (생각하다가) 해가 지는구나. 빨리 돌아가자. 놈을 살려주는 대신 그 놈과의 결혼은 허락하지
않는다.
(태수와 졸개들 퇴장)
(어느새 하늘은 붉게 노을이 들었다)
[하나고] 어떻게 해야지?
[정]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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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꼬] 지금부터?
[정] 아버님을 조선의 땅이 내려다 보이는 양지쪽에 묻어 드려야지.
[하나꼬] 그런데 왜 꼼짝 않고 있어?
[정] 아버님과 백자의 혼이 조선땅으로 훨훨 날아 가시라고 기원을 드리고 있어.
(애절한 음악과 함께 천천히 막.)